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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 이야기

황토

by ryanlion 2019. 8. 26.

황토의 역사적인 용도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인류의 선사시대를 돌아 0 볼 것이다. 하지만 먼 옛날 황토로 유물과 뼈 등을 칠했던 이들을 과연 인간으로 불러도 좋을지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은 계속 의문을 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진화

호모 속의 역사는 23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일설에 의하면 그 중 225만 년 동안 존재한 원시 인류는 오늘날 우리가 지칭하는 인간의 개념과 맞 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도구를 사용하고 여럿이 힘을 모아 수렵 • 채집 활동을 했으며, 아마도 나름의 언어를 이용해 서로 의사전달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능력과 특성 면에서 현재의 침팬지 무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추측된다.
그러다가 지금으로부터 약 8만 년에서 5만 년 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유전적 돌연변이 혹은 갑작스러운 생각의 혁신 때문에혹은외계인의 방문이 있었는지도모르 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가 인류는 동굴 속의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며 그날 벌어진 매머드 사냥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자네 그거 봤어? 내가 그 큰 놈 을 거의 다 잡을 뻔했는데, 그놈이 막판에 달아났단 말이지!” 이런 원시인 남자들의 끝없는 자랑과 잘난 체에 싫증을 느낀 여 자들은 귀를 막고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시점'(어쩌면더이를 수도 있다)부터 원시인의 행동은 돌연 현대적으로 변했고 더욱 복잡한 도구와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상징 적 요소와 관련하여 보다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발휘하며 예술 • 문화 • 종교 등을 일으 켰다. 지구 전역에 걸쳐 일어난 이 발달 과정에서 황토는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광물은 여러 가 지 색을 띠지만, 구석기시대의 각종 대지의 여신 상에서도 보이듯 대개 그 범위는 황색 • 적색 • 갈색 정도다. 인류의 조상들은 몸을 치장하고 유골을 채색하거나 야생동물을 그리는 데 황토를 사용했다. 한때는 이러한 작품들이 환각제 따위에 취해 비밀스러운 의식을 올리던 석기 시대 주술사나 사냥꾼 들에 의해 탄생했다는 설이 돌았지만, 얼마 전 원시 동굴 벽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동굴 깊숙한 곳에 그려진 '플루팅fluting, 부드러운 벽면이나 바다에 손가락 등으 로그린 선과 기호'을 분석한 결과, 그 자국이 다섯 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의 솜씨라는 것이다. 어쩌면 동굴 밖을 내다보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는 춥고 습한 오후에, 어느 유쾌한 원시인 가족이 심심풀이로 이 그림들을 그렸는 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고고학자들은 남아프리카 케이프 (Cape) 주의 블름보스 동굴(Biombos cave)에서 발견된 유물을 역사상 가장 오래된 예술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작품의 추정 연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8만-7만5000년 전으로. 이 때문에 현대적 행동-을 한 인류가 나타났다고 여기지는 시기가 이전까지의 예상보다 2만 5000년에서 3만년 정도 더 과거로 밀려났다. 동굴에서 발견된 물건 중에는 기하학적인 선이 그어진 황토 조각 두 개가 있었는데, 마치 우리가 지겨운 회의 중 연필이나 볼펜으로 몰래 그린 낙서와 비슷해 보인다. 돌과 며로 만든 각종 도구. 목걸이용으로 쓰인 구멍 뚫린 조개집데기와 함께 발견된 황토 덩어리는 과연 중요한 예술품이었을까, 아니면 신성한 물건이었을까? 혹시 우리의 머나먼  조상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려고 끼적이던 흔적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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